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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2/02 새로운 파시즘
  2. 2006/02/01 배반포
2006/02/02 12:38
“모든 인간적 관계를 상업적 관계로 바꾸어 버린”이라는 말이 알듯 모를듯하다는 독자 편지에 대한 답장으로 쓴 글.


자본주의가 끔찍한 체제인 이유를 여러 가지로 말할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모든 인간적 관계를 상업적 관계로 바꾸어버린다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저는 아이들이 밥을 함부로 남기면 “고생한 농부들에게 미안한 일”이라고 말하는데 그게 바로 인간적 관계지요. 다른 이의 노동이 나를 위하고 내 노동이 다른 이들을 위하는 것 말입니다. 그런데 자본주의에선 그게 바뀌죠. 아이들이 이렇게 반문한다고 가정해보세요. “농부들은 자기 돈 벌려고 하는 거잖아.” 이게 바로 상업적 관계입니다. 이런 관계로 이루어진 사회에서 인간은 인간이 아니라 단지 거대한 기계속의 부품이죠. 모든 노동은 그저 먹고살기 위해 하는 것일 뿐 아무런 자부나 보람을 가질 수 없습니다. 그게 자본주의인데, 기억할 건 자본주의라고 늘 같았던 건 아닙니다. 초기 자본주의는 말 그대로 ‘자유방임’이었지만 노동자들이 그 야만성에 반발하고 사회주의 운동이 발전하고 자본주의체제가 자기 위기에 빠지면서 1930년 즈음부터는 일정하게 보완된 자본주의(수정자본주의, 케인즈주의라고도 하는)로 가게 됩니다. 그런데 70년대 중반 무렵 자본주의 체제가 다시 위기를 맞게 되자 자본주의는 미국과 영국을 필두로 초기자본주의의 모습(보완이나 수정이 없는 ‘자유방임’ 자본주의)으로 회귀하기 시작하는데 그게 바로 신자유주의입니다. 새로운 자유주의, 두 번째 자유주의라는 말이지요. 신자유주의라는 말엔 세계화라는 말이 꼭 붙어다니는데, 신자유주의가 초국적금융독점자본(전지구를 상대로 하는 투기자본)의 활동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참 어이없게도 오랜 싸움으로 이룬 민주화가 바로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귀결되어버립니다. 한국인들은 수십년 동안 파시즘만 물리치면 좋은 세상이 온다는 생각에 가득 차 있어서 새로운 파시즘, 더 무서운 자본의 파시즘에 대한 경계심이 전혀 없었습니다. 80년대의 좌파들은 동구사회주의의 몰락과 제 관념성으로 지리멸렬하던 상태구요. 그래서 90년대 이후 한국사회는 아무런 제한 없이 신자유주의로 달리게 되는 거죠. 민주화와 개혁은 서글프게도 곧 자본화, 신자유주의화였던 것입니다. 신자유주의화로 인한 문제들은 흔히 말하는 사회복지와 경제적 공공성의 후퇴, 투기자본화로 인한 경기침체, 노동자 계급의 약화 등이 있지만 더 심각한 건 개개 사회성원들의 인격의 변화, 정신의 변화입니다. 인간이 달라진다는 겁니다. 돈을 신처럼 모시는 인간이야 어느 시대나 늘 있기 마련이지만 모든 사회성원이 그렇게 된다면 그 사회는 끝장인 것이죠. 그런데 90년대 이후 한국인들이 딱 그렇습니다. 다른 나라들에서 신자유주의가 어쩔 수 없는 대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면 한국에선 유일한 살길처럼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인데, 그건 이른바 민주화운동의 정통성을 이어받았다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 등 개혁우파들의 공로입니다. 다들 인심이 각박해졌다, 사는 게 재미가 없다고들 하지요. 갈수록 민주화하고 개혁하는데 왜 그럴까요? 바로 자본화했기 때문입니다. 모든 인간적 관계가 상업적 관계로 변하니 각박해지는 건 당연한 것이지요. 아이들을 인간으로 키우는 걸 포기하고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키우기 위해 혈안인 판에 무슨 놈의 사는 재미가 있겠습니까? 오늘 우리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군사 파시즘이나 그 잔재들(수구세력이라 불리는)이 아닙니다. 개혁우파들은 여전히 조선일보나 박근혜 따위 파시스트의 잔재들을 가리키면서 금세라도 87년 이전으로 되돌아갈 것처럼 요란을 떨어대지만(탄핵사태 때 유시민 씨의 발광 연기 기억하시죠?) 그건 그저 군사파시즘의 자리를 자본에게 넘겨주는 자신들의 만행을 은폐하려는 수작입니다. 물론 다음 대선에서 파시스트의 잔재들 중 하나가 당선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다고 해서 한국사회가 87년 이전으로 회귀하는 건 아닙니다. 한국 사회가 87년 이전의 사회로 회귀하려면 87년 이전 수준의 한국인들이 있어야 하는데, 이젠 어림도 없는 이야기입니다. 박근혜나 이명박이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현재의 정치, 경제정책의 기조는 크게 달라질 게 없습니다. 이미 충분히 반동적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민주화세력의 정통성을 주장할 수 없기 때문에, 그 반동성을 대중들에게 부각시키기엔 좋은 점도 있지요. 거듭 말하지만, 지금 우리의 적은 군사파시즘이나 그 잔재들이 아니라 새로운 파시즘, 자본의 파시즘입니다. 개혁정권과 개혁우파 세력은 새로운 파시즘의 하수인들입니다. 새로운 파시즘은 우리를 고문하지도 잡아가두지도 않습니다. 우리의 가치관에 스며들어, 우리를 ‘모든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스스로 꿇게 합니다. 그래서 더 무섭습니다.
2006/02/02 12:38 2006/02/02 12:38
2006/02/01 13:00
어떤 이가 ‘배반포 단계’라는 말을 하기에 그게 무슨 말이냐, 산부인과 용어냐, 했더니 정말 모르냐, ‘수정란이 분할을 시작해서 줄기세포로 배양되기 이전 단계’란다. 황아무개가 가르친 국민교양이며 나만 모를 거란다. 배반포가 그런 말이군. 그놈의, 조작된 간첩 사건의 전모를 발표하는 공안검사 같은 목소리와 눈빛이 떠올라 잠시 미간이 찌푸려진다. 인간은 어느 단계부터인가? 어느 단계부터 인간이라 할 수 있는가? 수정란, 아니 난자 한 개라도 함부로 다루어선 안 될 생명이지만, 진정한 인간은 ‘부끄러움을 아는 단계’부터다. 바야흐로, 배반포보다 못한 놈들이 설쳐대는 배반포보다 못한 시절이다. 물론 그건 수많은 사람들의 피로 내쫓은 파시스트의 자리를 고스란히 자본에게 넘겨준 놈들, 모든 인간적 관계를 상업적 관계로 바꾸어버린 개혁우파놈들의 빛나는 성과다. 개혁우파놈들, 네놈들의 오만한 얼굴이 비굴함으로 가득할 날이 올 것이다.
2006/02/01 13:00 2006/02/01 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