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0/24 00:55
황자혜 형은 일본과 한국 사이의 민간 영역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회문화적 프로젝트들의 코디네이터다. 지난 주말 그의 호의로 연극 〈총구〉를 봤다. 〈총구〉는 〈빙점〉의 작가 미우라 아야코의 소설을 연극으로 만든 것이다. 북해도의 탄광촌 초등학교 교사인 기카모리 류타는 군국주의의 폭압 앞에서 교사로서의 양심과 인간적 위엄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 〈총구〉는 좋은 연극이다. 양심, 고뇌, 신념 같은 고전적인 주제들을 매우 고전적인 기법으로 표현하는데도 묵직한 감동이 있다. 이 연극에 대한 소개를 듣는 사람들은 이 연극에 그다지 흥미로워 하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총구〉는 오늘 한국에서 십중팔구 촌스럽게 느껴질 만한 이야기를 촌스럽지 않게, 매우 품위있게 전달한다. 창단한 지 40년이 넘은 120여명의 단원을 가진 사회물을 위주로 하는 극단이 가진 ‘한없이 부러운’ 능력일 것이다. 한국에선 영화고 연극이고 이런 정통극, 이야기를 가진 드라마가 사라지고 있다. 정통극의 흔적은 텔레비전 신파극이나 철저한 돈벌이 기획으로 만들어지는 신파영화에서나 발견될 뿐 온통 부조리극을 빙자한 장난으로 넘쳐난다. 이번호 말지에 정성일 씨가 “한국영화엔 왜 이야기가 없는가”라고 썼던데 비슷한 이야기일 것이다. 이야기의 실종은 연극 영화뿐 아니라 한국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나타난다. 오늘 한국 사회에서, 한국인의 삶에서 ‘흥행 감각’을 뺀다면 뭐가 남을까? 우리 삶은 어느덧 이야기를 잃고 있다.
2005/10/24 00:55 2005/10/24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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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그리고]인터넷 서비스업자의 책임의식

    Tracked from 골룸 에세이 2005/10/24 14:29  삭제

    TONG하고 통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