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4/12 15:31
(기차길옆 작은학교 사이트에 실린 두 아이의 편지)


전현철에게

안녕 잘 지내니 친구야?
내 이름은 무하마드 탈리브야, 난 10살이야.

난 바그다드에서 살고 있어. 나 역시 이라크에 있는 다른 모든 아이들이 그렇듯 평범한 아이들과 같은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어. 평범한 아이들처럼 지내지 못하고 있다는 건 내 생각이야... 하지만 평범한 아이들은 놀 수도 있고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지만 우린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걸. 어떨 때는 학교도 못 가고 계속 집에만 있을 때도 있어. 하지만 우린 집안에서 할 게 아무것도 없어.

어느 날 아빠와 살람 삼촌이 한국에 사는 어떤 아이가 내 친구가 되고 싶다며 편지를 보냈다고 하시는 거야.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 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니... 그리고 그냥 아무 사람이 아니라 한국에 사는 사람이라니! 이 사실에 난 정말 너무 기뻤어. 네 편지가 나에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꼭 말해주고 싶었어. 네 편지를 여러 번 학교에 들고 가서 친구들에게 보여줬어. 우리가 계속 친구로 잘 지냈으면 좋겠고, 네가 나에게 편지를 많이 써줬으면 좋겠다.

편지에 음악을 좋아한다고 그랬지? 넌 틀림없이 행복하겠구나,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겠어...... 언젠가 나도 너처럼 즐겁게 놀 수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어. 상황이 너무 좋지 않거든. 내 바람이 뭐냐고 물었지? 내 바람은 미군들에 의해 부서졌어. 그들 때문에 난 친구들과 놀 수도 없어, 그들 때문에 난 컴퓨터를 배우거나 영어를 배울 수도 없어. 그들 때문에 난 내가 좋아하는 걸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미국이 나에게 준 거라곤 딱 두 가지 뿐이야. 가난 그리고 피.

너와 영원히 친구로 지내고 싶어, 약속해 줄래?
네 편지가 날 얼마나 행복하게 했는지 몰라. 언젠가 널 꼭 만나고 싶어.
안녕, 내 제일 친한 친구 현철아.

무하마드 탈리브 에게

안녕, 무하마드 탈리브야.
그때 너에게 편지를 보낸 전현철이야. 이제 12살이돼.

그리고 너와 내가 보낸 편지를 받아서 나에게 답장이 왔다니까 너무 기뻤어.
그리고 너에게 행복과 평화가 왔으면 좋겠어.
내일이면 전쟁이 끝나고 행복과 평화만 찾아왔으면 좋겠다.

너에게 편지를 받으니까 너가 어떤지 알겠어.
이제 피와 가난이 없어지고 죽음도 없어졌으면 좋겠어. 평화만이 찾아왔으면 좋겠어.
그리고 이제 우리도 같이 만나서 함께 놀고 그러고 싶어. 그걸 생각하니 행복하다.
제발로 평화가 오길 기원할게.

그리고 우리가 전쟁을 당하면 정말 싫을 거야.
나도 처음엔 그냥 전쟁하면 한 거라고 생각했지만 내가 전쟁을 당했다고 생각하니 너무 무서웠어.
실재로 당하면 무서울 거라 생각해.

그리고 너에 편지는 정말 행복했어.
이제부터 우리 이렇게 편지 자주 보내자.
그리고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오면 정말 만나자.
너 편지처럼 이제 행복해지길 기원해.
안녕,
내 제일 친한 친구 무하마드 탈리브.

2005년 3월 2일 수요일 전현철
2005/04/12 15:31 2005/04/12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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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전쟁.

    Tracked from 허무주의자 예량의 발칙하고 유쾌한 몽상공간 2005/04/15 18:45  삭제

    아이들이지만 참 존경스럽네요.

  2. Subject: 유토피아

    Tracked from 꿈쟁이들의 꿍꿍이 2005/04/16 17:53  삭제

    2001년 김규항 선생님과의 인터뷰 당시 마지막으로 던졌던 질문 선생님의 글은 대부분 유토피아에 대한 열망을 그 밑바탕에 담고 있습니다.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유토피아는 무엇이죠? 유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