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3/16 10:25
존경하는 선배의 아이가 죽음을 선택했다. 스물셋. 참 예쁘고 똑똑한 아이였다. 나는 그 아이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잘 모른다. 그러나 선배는 아이의 ‘선택’을 존중하고 싶어 했다. 선배는 죽음에 대해 아무런 성찰이 없는, 죽음 앞에서 할 줄 아는 거라곤 무작정 두려워하고 슬퍼하는 것뿐인 사람들(물론 우리들 대부분)이 아이의 선택을 모욕할까 걱정했다. 아내도 “울 거면 오지 말라”는 다짐을 받고서야 빈소에 가서 뒤치다꺼리를 할 수 있었다. 나는 가지 않았다. 대신 그 아이의 선택에 대해, 그 선택을 존중하려는 어미에 대해, 그리고 내 아이에 대해 내내 생각했다. 어제, 아이가 안치될 곳에 일찌감치 갔다. 아이는 벽제에서 화장을 하고 두어 시간 후에 도착할 거였다. 납골당 언덕배기에 서서 연신 들어오는 영구차들과 겨울 동안 쉬고 있는 논과 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죽을 줄도 모르는 우리는 얼마나 흉한 인간들인가.. 이 따위 세상에서.
2005/03/16 10:25 2005/03/16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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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자살?.... 어쩌면 타살

    Tracked from RATM 2005/03/16 14:02  삭제

    사람들 간에 이견이 있을 지 모르겠지만, 난 모든 논리적 추론의 전제가 인간의 목숨의 절대적 소중함이다. 그런 의미에서 난 어떤 의미에서건 자살을 지지할 수는 없다. "이 따위 세상"에 살고

  2. Subject: '쿨'한 자살관, '쿨'하지 않은 자살

    Tracked from 반달, 습작. 2005/03/16 18:23  삭제

    배우 이은주가 죽은 후 '자살'에 대한 사색이 범람했다. 사색의 종류도 꽤나 세분화되어 '자살를 거꾸로 읽으면 살자' 따위의 촌스러운 경구부터 시작해서, '한국인의 죽음론'에 이르기까지 죽?

  3. Subject: 죽을 권리

    Tracked from 니케's 다락방 2005/03/16 23:28  삭제

    <FONT style ='FONT-SIZE: 9pt; FONT-FAMILY: 7951_9;'>인간의 자유의지 중 존중 되어야 하느냐를 놓고 가장 논란이 되는 것 중의 하나가

  4. Subject: 죽을 줄도 모르는

    Tracked from hic et nunc 2005/03/17 09:26  삭제

    존경하는 선배의 아이가 죽음을 선택했다. 스물셋. 참 예쁘고 똑똑한 아이였다. 나는 그 아이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잘 모른다. 그러나 선배는 아이의 ‘선택’을 존중하고 싶어 했다. 선배?

  5. Subject: 스스로 죽는 날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Tracked from Brutus Jazz BroadCasting 工作團™ 2005/03/18 23:39  삭제

    유교사상 때문인지 우린 스스로 목숨 끊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보낸다. 기독교에서&nbsp;'자살하면 천국에 가지 못한다'고 하는거 보니 유럽도 매 마찬가지 인식인거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