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2/08 21:38
아버지 집에 와 동생 방에서 배 깔고 누워 책을 본다. 방구석에 쌓인 책들 속엔 오래 전 내 책들이 간간히 섞여 있다. 평생 간직할 책 몇 권을 빼곤 당장 볼 책이 아니면 치워버리는 버릇 때문에 오래 전 책은 이런 식으로나 만난다. 20여 년 전 책들을 한가롭게 한권씩 빼 보는데 분홍장미 무늬 포장지로 껍질을 씌운 책이 눈에 들어온다. 내 책이 아닌가? 이런, 노동해방문학(9호)다. 껍질은 검문을 피하기 위한 위장이었던 모양이다. ‘그렇다고 분홍장미 무늬라니!’ 혼자 웃으며 목차를 훑어본다. 김우중의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를 비판하는 박노해의 글과 조정환의 글이 눈에 들어온다. 박노해야 언급하기 딱한 사람이 되었지만 조정환은 여전하다. 외양은 천생 책상물림이던데 어디서 그런 뚝심이 나오는 걸까? 마루에선 3대가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무슨 설 특집 프로그램에선 20여 년 전 코미디를 재연하고 있다. 네로 최양락이 침묵리우스에게 말한다. “넌 여전히 말이 없구나.” 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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