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0/18 14:32
"규항씨~!" 나에게 전화를 하는 모든 사람 가운데 가장 명랑한 목소리, 한대수 선생이다. "목소리 들은 지 백년은 넘은 것 같아서 전화했습니다. 하하하.(이하 빈번한 ‘하하하’ 생략)" "삼백년은 되었을 겁니다. 건강하시지요?" “양호합니다. 규항씨는 어떠세요?” “저야 늘 같지요. 어디십니까?” "신촌. 아, 우리 마누라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그래요? 잘 되었군요." "세상이 희망이 안보이고 다 멸망으로 가는 것 같아서 기왕 죽을 거면 같이 죽자고 데리고 왔습니다." "예." "연세대 어학당 다니는데 한국어 다 배우면 이다도시 2탄으로 등장시켜서 내가 매니저로 뛸 계획입니다." "좋지요." "나 책도 하나 나옵니다." "록앤롤에 관한 책이라면서요?." "예 비틀즈와 밥 딜런을 중심으로 하는 건데 써놓고 보니까 내가 봐도 재미있어요. 양호합니다." "그새 책을 쓰시다니 대단하시네요. 저도 책 하나 씁니다." "무슨 책이죠?" "예수전." "아, 지저스 크라이스트. 그런데 나는 한국 교회가 참 무섭던데 그걸 쓰면 교회 쪽하고 문제가 생기지 않겠어요?" "저야 워낙 그러고 사니깐 괜찮습니다." (...)

수다는 휴대전화를 유선으로 바꿔가며 한 시간 가까이 이어진다. 물론 그런 활력은 전적으로 그의 덕이다. 처음엔 고독과 고통만을 노래하는 그가 그럴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해 보였다. 그러나 이젠 그의 그런 활력이 얼마나 눈물나는 분투인지 잘 안다. 어두운 세상을 꿰뚫어보면서도 그 세상을 살아내는 사람들을 따뜻하게 바라볼 줄 아는 그는 좋은 사람이다.
2004/10/18 14:32 2004/10/18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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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좋은 사람

    Tracked from ... 전갈의 심장 언저리, 카르마. 2004/10/18 17:05  삭제

    <FONT face=바탕>"규항씨~!" 나에게 전화를 하는 모든 사람 가운데 가장 명랑한 목소리, 한대수 선생이다. "목소리 들은 지 백년은 넘은 것 같아서 전화했습니다. 하

  2. Subject: 한대수를 만나다.

    Tracked from 이정환닷컴! 2005/07/15 01:43  삭제

    소설가 유재현이 가수 한대수를 인터뷰했다. 뭔가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거라고 생각했고 구경이라도 가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았다. 내가 찾아갔을 때는 인터뷰가 모두 끝난 뒤였다.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