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06 11:26
성 문제에 있어서 한국보다 위선적인 사회는 없다. 위선적이어서 기괴하고 또 가련할 만치 무능하다. 그는 그러니까 성이라는 주제에 몰두했다기보다는 이 사회의 위선에 몰두했다고 평가하는 편이 좀더 적절할 것이다. 운동권 학생들에 대한 그의 냉소도 같은 맥락이었을 게다. 예민한 감수성을 가진 그에게 ‘저항하는 청년’이란 현재 기득권 세력을 악마화하며 다음 세상의 기득권을 향해 달려가는 자들이기도 했을테니. 보다시피, 그들은 그의 예측을 훌쩍 뛰어넘어 경제 자본은 물론 사회, 문화, 상징 자본까지 고루 갖춘 끝판 기득권 세력으로 살아간다. 결국 그는 그런 좌우도 상하도 없는 위선 속에서 서서히 목 졸려 죽어간 셈이다. 지금 소셜미디어에 범람하는 그의 곤경과 고난에 대한 개탄과 분노는 그 위선의 성찰일까, 세척일까. 뭐가 됐든, 마음 깊이 그의 영면을 빈다. 참 고생 많으셨다.
2017/09/06 11:26 2017/09/06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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