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정적 순간(The Decisive Moment)은 1952년에 펴낸 브레송의 사진집 제목이자 브레송의 사진 세계를 대표하는 말이기도 하다. 브레송은 대상의 기하학적 구도의 면에서, 그 대상에 담긴 진실의 면에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을 잡는 걸 사진이라고 생각했다.
알려진 대로, 브레송은 스스로 “내 눈의 연장”이라 부르던 라이카 소형카메라만을 사용했고 일체의 연출이나 트리밍을 용납하지 않았다. 심지어 플래시도 사용하지 않았다. 카메라에 세계를 담아 넣으려는 욕심보다는 세계를 카메라로 포착하려는 그의 담백한 태도는, 온갖 첨단 장비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다니는 프로 사진가들과 카메라보다 포토샵을 더 중요한 장비로 여기는 만인의 사진가들로 넘쳐나는 오늘을 되돌아보게 한다.
문학이든 예술이든 모든 거장의 말년은 시든 재능을 옛 명성으로 포장하며 보내는 것이다. 그러나 브레송은 70년대 중반 이후엔 사진은 접고 데생에만 전념했다. 셔텨만 누르면 ‘거장의 작품’이 되는 시절이 오자 스스로 셔터 누르기를 그만 둔 셈이다. (그러나 그의 데생은 그의 재능이 시들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내가 브레송을 주문하던 바로 그날, 브레송이 세상을 떠났다는 걸 오늘 알았다. 결정적 순간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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