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7/27 12:36
“자주 어울리는 분들이 누구십니까?” “동네 친구들입니다.” “동네 친구들요?” “예.” “어떤 분들인가요?” “그냥 동네사람들입니다. 회사원도 있고 장사하는 사람도 있고 그리고 그 아내들, 아이들 다 친구죠.” “뭘 하고 어울리십니까?” “모여서 놉니다. 산에 가서 자전거도 타고 술도 먹고. 며칠 전엔 난생 처음으로 족구도 했군요.” “글 쓰는 분이나 문화 쪽에 있는 분들과는 어떠십니까?” “안 어울립니다.” “단호하게 들리는데.” “글쓰기 시작할 무렵엔 그런 사람들과 어울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젠 안 어울립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불편합니다. 이를테면... 00만들기라고 아시죠.” “예, 술집.지식인들과 예술가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죠.” “한다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죠. 거길 몇 번 가봤는데 참 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예...” “그렇게 매일 밤 모여서 자기들이 한국의 사회를 운영하는 양 떠들어대죠. 싸우면서도 엘리트의식은 공유합니다. 얼마나 괴상한 풍경입니까?” “그렇군요.” “삶을 몸으로 살아내는 사람도 있고 입으로 살아내는 사람도 있는 것 같습니다.” “동네 친구분들은 몸으로 살아내는 사람들인가요?” “그 친구들도 결점이 있지만 적어도 입으로 살아내는 사람들은 아니죠.”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나누십니까?” “그냥 사는 이야기죠.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 장난도 치고.” “그런 분들과 어울리다 보면 뭐랄까 지적 갈증 같은 건 못 느끼시나요?” “글쎄요. 정말 지적인 건 예수처럼 가장 평범한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일 겁니다.” “그분들이 김선생이 어떤 분인지 아나요?” “대충은 압니다. 감추려 했는데 그렇게 됐죠.” “불편해하진 않나요?” “그럴 건 없을 겁니다.” “그분들이 듣기에 어려운 말씀도 간혹 하시나요?” “안 합니다. 지난번에 무슨 신문엔가 실린 인터뷰를 읽으며 한 친구가 그러더군요. ‘규항이 형은 우리하고 말할 땐 안 그런데 이런 데선 어려운 말 되게 많이 해.’” “재미있군요. 뭐라 하셨나요?" "그냥 웃고 말았죠." "그런 말들을 풀어서는 하시나요?” “글쎄요. 하여튼 무슨 이론이나 원칙 같은 걸 말하진 않습니다. 유일하게 하는 건 남자들이 제 아내에게 가부장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할 때죠.” “화를 내십니까?” “거의 죽는다고 봐야죠.” “그럼 고쳐집니까?” “조금씩 고쳐집니다. 몰라서 그러는 거니까.” “그 외엔?” “딱 한번 지난번 선거 때 진보와 보수에 대해 잠깐 이야기한 적이 있긴 했죠.” “잘 알아듣던가요?” “그럼요. 밤의 주둥아리들보다 백배 낫죠.” “밤의 주둥아리들이 누구죠?” “네티즌들 말입니다.”
2004/07/27 12:36 2004/07/27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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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안치환의 앨범 에필로그에서...

    Tracked from Another World! 2004/07/28 11:02  삭제

    앨범 에필로그 중, 재밌는 대화 몇 개... "가깝게 지내는 연예인이 누구예요?" "글쎄... 난 연예인이 아니라서 주변에 가까운 연예인이 없는데..." -어느 기자와의 대화 "형! 이상하지... 왜 난 나?

  2. Subject: People living with their bodies and people living

    Tracked from Hunjang? kar?h'im 2004/07/29 18:22  삭제

    김규항씨의 말로 입으로 사는 사람들보다 몸으로 사는 사람을 많이 사귀었&...

  3. Subject: 밤의 주둥아리..

    Tracked from Carpe diem~~ 2004/07/31 16:43  삭제

    링크따라 우연히 들르게 된 어떤분의 블로그에서 봤다. 그사람이 네티즌을 지칭하는 단어다.. 밤의 주둥아리... 흠.

  4. Subject: 선정적인 문구

    Tracked from 사천성 판다연구소 제1사육실 2004/08/03 23:04  삭제

    씁쓸하지만 정확한 지적이다. 이들은 그저 감정을 배설하고 있을 뿐. 덧붙이자면 인터넷 여론이 믿을만 한가 아닌가를 떠나, 절대 다수가 선정적인 사건이나 문구에 몰리는 경향이 있다. 연예?

  5. Subject: 말.

    Tracked from 切 or 絶 望 2004/08/04 02:35  삭제

    '네티즌'이란 말은 '지식인'처럼 모호한 개념이 되었습니다.스스로 이러한 생각이 부정하기 어려운 모습의 변명같은 것일 지라도,부디 '지식인'들도 나와 같은 부끄러움을 느끼길 바랍니다. 당?

  6. Subject: 밤의 주둥아리들 / 김규항

    Tracked from Back To Basic 2009/04/22 14:39  삭제

    “자주 어울리는 분들이 누구십니까?” “동네 친구들입니다.” “동네 친구들요?” “예.” “어떤 분들인가요?” “그냥 동네사람들입니다. 회사원도 있고 장사하는 사람도 있고 그리고 그 ?

  7. Subject: 좋아서

    Tracked from 일상의 사소한 기록 2009/04/26 23:39  삭제

    “자주 어울리는 분들이 누구십니까?” “동네 친구들입니다.” “동네 친구들요?” “예.” “어떤 분들인가요?” “그냥 동네사람들입니다. 회사원도 있고 장사하는 사람도 있고 그리고 그 ?

  8. Subject: [펌]김규항-밤의 주둥아리들

    Tracked from 날개 없는 천사 2009/05/18 19:08  삭제

    밤의 주둥아리들“자주 어울리는 분들이 누구십니까?” “동네 친구들입니다.” “동네 친구들요?” “예.” “어떤 분들인가요?” “그냥 동네사람들입니다. 회사원도 있고 장사하는 사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