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27 17:36
(어떤 이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

아가씨 혼자 있는 집에 옆집 조폭남자가 흉기를 들고 들어왔고, 남녀 간에 성관계가 있었다.

아가씨는 강간당했다며 병원에 입원해있고 남자는 아가씨가 유혹한 거라고 우기고 있는데, 아가씨의 여동생이 "언니 방에 반항한 흔적이 없는 점으로 봐서 남자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말했고, 옆집 사람들이 이 말을 동네에 퍼뜨리고 다녀서 아가씨는 행실 문란한 거짓말장이 여자가 되어버렸다.

"왜 그런 말을 했냐"고 묻는 가족들에게 여동생은 "옆집과 화해를 하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화가 치민 아빠가 "이 미친 년아. 네 언니가 강간당했다고 하는데 네가 왜 헛소리를 하고, 네 언니가 먼저 유혹을 했다는 놈과 어떻게 화해를 하냐!!"며 여동생의 귀싸대기를 때려버렸다.

일제강점기의 조선인 종군위안부가 자발적인 것일 수도 있다는 내용의 "제국의 위안부"라는 책을 쓴 박유하씨가 명예훼손죄로 검찰에 의해 기소된 것은 그렇게 아빠한테 귀싸대기를 맞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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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박유하의 견해를 비판할 수 있다. 학자가 책을 쓰는 것 자체가 비판과 토론을 위한 것이다. 다만 비판은 사실을 근거로 해야 한다. “자발적 매춘부”라는 말은 박유하의 말이 아니다. 위안부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일본 극우 세력을 비판하기 위해 박유하가 그들의 발언 중에서 인용한 말이다. 또한 비판과 토론은 민주적 공론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얼마든 비판하고 토론할 공간이 열려있는데 왜 법정에 내맡기는가. 그럴 거면 국정교과서는 왜 반대하며 세월호 사건도 법의 처분만 기다리면 되지 왜 광장에 모여 시위를 벌이는가. 박유하의 견해에 비판적일수록 오히려 더 검찰기소를 반대하는 게 정당한 태도다. 그런 분별이 없다면, 스스로 비판이 아니라 감정적 배설을 하고 있음을 인정하는 셈이다. 일본 극우세력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바로 그런식의 감정 배설을 위안부 문제를 뒤트는 데 애용해왔다. 좀더 냉정해지지 않으면, 좀더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절대 그들을 꿇릴 수 없다. 덧붙여, 근래 사회적 비판엔 끔찍한 수준의 성차별적 발언이 널리 용인되고 있는데 이글 역시 그렇다. 전체 비유도 그렇고.. 아버지는 딸을 미친년이라 욕해도 되고 뺨을 때려도 되는가? 말을 말자.
2015/11/27 17:36 2015/11/2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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