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20 12:01
안녕하셨어요, 선생님.
영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강00 입니다.

선생님의 이번 한겨레 기고(우린 할 말이 없습니다)를 읽고 너무 좋아서(?) 흥에 겨워 메일드립니다. 제가 비슷한 경험을 했고 제 체험담이 나중에 학부모 대상 강연을 하실 때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여 메일 보냅니다.

저는 원래 초등학교 시절에는 공부를 별로 안 했고(어머니가 너무 어려서 공부를 열심히 하면 고등학교 때 지치니까 일단 좀 놀고 쉬면서 힘을 비축해 보자고 하셨습니다) 중학교 들어서 목동에 유명한 학원(신해철 씨가 광고를 해서 욕을 많이 먹은)이라는 데를 다녔는데, 초등학교 시절에 공부를 열심히 안 했기 때문에 실력별로 나눠진 여러 분반 중에서도 그리 높은 반에 들어가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학원에서 공부라는 걸 해보니까 생각보다 재밌고, 학원 선생님도 재능을 보신 모양인지 따로 고액 수학과외(IMF 몇 년 전이었는데 월 40만원 정도 했습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큰 금액이지요.)를 한 3달 받아서 고등학교 1-2학년 수학을 떼면 최고로 높은 반(소위 "과학고"반) 으로 옮겨주겠다 선심 쓰듯이 얘기 했습니다. 그 동네에서 그 학원의 최고로 높은 과학고 반에 들어가는 건 요즘 세태로 빗대 말하자면 기획사 들어가서 아이돌로 데뷔하는 정도의 큰일이었기 때문에 저는 자랑스럽게 어머니께 이 말씀을 드렸고요.
어머니께서 알았다고 하고 아버님이랑 의논을 하셨는데, 얼마 후에 아버지께서 저를 부르시더니 말씀하셨습니다.

"일단 우리 집에는 그렇게 큰돈을 댈 여력이 없다. 그러나 설사 그 정도의 돈이 있더라도 나는 중학생인 네가 그런 엄청난 돈을 내고 과외를 받아서 고등학교 수학을 떼고 과학고 같은 데 가려고 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미안하지만 나는 양심 상 그렇게 해 줄 수는 없다. 너도 돌아가서 생각해 봐라."

솔직히 처음에는 실망스럽기도 했습니다. 남들은 제 자식 잘 되라고 돈을 빌려서도 과외를 시키고, 하기 싫다는 집 자식 억지로 붙들고 과외를 붙여주는 형국에, 대체 하고 싶다고 하고 잘 할 가능성이 있는 자식 3달 단기 과외도 안 시켜주나 싶었습니다. 그게 "옳지 않고" 아버지의 "양심 상" 할 수 없는 일이라는 말씀을 듣고 더 깊이 고민하고 교육의 사회적 측면에 대해서 더 진지하게 고민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일 때문에 아버지를 더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부모님들이 아이들과 교육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다보면 생각보다 아이들의 생각이 깊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2011/04/20 12:01 2011/04/2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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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이게 답입니까?

    Tracked from 곱씹어 생각중 2011/04/20 17:33  삭제

    흥에 겨워 메일드립니다 하하, 사람 무안하게 하기는.. 그래요, 아이는 쏙 빼고 나만 생각한 불찰 인정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또하나 드는 의문이 있습니다. 영국엔 어떻게 갔는지요. 지금 공?

  2. Subject: 이게 답입니까?

    Tracked from 곱씹어 생각중 2011/04/21 09:17  삭제

    흥에 겨워 메일드립니다 하하, 사람 무안하게 하기는.. 그래요, 아이는 쏙 빼고 나만 생각한 불찰 인정합니다. 늘, 아이는 키우는게 아니라 자라는거라며 지인들에게 떠들고 다녔는데 정작 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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