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3/25 22:58

(인터뷰집 머리글)

글을 쓰고 그걸 기반으로 이런저런 활동을 해온 지 12년이 되었다. 우연히 그리고 조금은 늦게 시작한 일이었지만 시작하자마자 내 인생이 되어버렸다. 내가 글쓰기를 시작한 1998년은 공교롭게도 구제금융 사태 직후, 그러니까 한국 사회가 이른바 신자유주의 체제로 급속히 빠져들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한국 사회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고 내 글쓰기와 활동도 그런 변화에 조응하며 변화해왔다. 이 책은 그 12년에 대한 소박한 주석서인 셈이다.

나는 이미 진영을 이룬 많은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반복하기보다는 그런 진영의 이면 혹은 사이에 가려진 좀 더 본질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해왔다. 진정한 진영을 만들어내려는 나름의 노력이었지만 그만큼 오해도 많았고 오독도 많았다. 이 책이 그런 부분들을 조금이라도 보완할 수 있으면 좋겠다. 물론 인터뷰란 인터뷰어의 질문에 한정하여 답하는 것이니 온전한 설명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말이다.

때로는 ‘독설가’라 불리기도 했고, 때로는 ‘굳은 얼굴의 지사’로 여기는 사람도 있었다. 그건 아마도 ‘사회적 글쓰기란 내가 지지하는 계급의 수많은 사람들을 대변하는 행동이자 싸움’이라는 내 믿음에서 생겨난 이미지일 것이다. 지난 12년에 대한 소박한 주석을 붙였으니 이제 그 믿음은 지속하되 내 본색이 드러나는 좀 더 문화적인, 좀 더 재미있는, 좀 더 충만한 활동을 하고 싶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 가운데는 조금은 심각한 부분도 있고, 인터뷰를 한 시점이 경과한 때문에 괜스레 격앙된 느낌이 드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우리네 삶이 본디 구불구불한 것이려니 여겨주면 좋겠다. 어릴 적이나 지금이나, 그저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내는 일을 소망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내놓는 일이 이렇게 면구스러울 줄 알았다면 이 책을 낼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 당신의 이야기를 내게 들려주시길.


2010/03/25 22:58 2010/03/25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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