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2/16 01:02
이른바 지식인 노릇 하면서 가장 힘든 게, 존경할 만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이 원래 이렇지는 않았다. 10여년 전만해도 한국엔 존경할 만한 사람이 얼마나 많았던가. 민주화 이후, 말하자면 한국이 본격적으로 자본주의화한 이후 이렇게 되어버렸다. 김진균 선생은 그런 한국에서 거의 최후로 남은 존경할 만한 사람이었다.

나는 김진균 선생과 별다른 개인적 친분은 없었다. 선생을 직접 만난 것도 불과 몇 해 전이다. 충북대에선가 열린 심포지움에 토론자로 갔을 때 객 석 한 가운데에 선생이 미소 띤 얼굴로 경청하고 있었다. 끝나고 화장실에서 마주친 선생에게 목례를 하자 밝게 웃으며 그러셨다. “좋던데요.”

그 얼마 후 선생과 진보넷에 함께 칼럼을 쓰게 되었다. 어떤 매체에 글을 쓰게 되면서 ‘명예롭다’는 생각을 해본 건 처음이었다. 존경할 만한 매체에 존경할 만한 사람과 함께 글을 쓰는 건 행복한 일이다. 그 즈음 보낸 이메일에 선생은 적었다. “이젠 낮 비행도 해야지요.” 내 칼럼 코너 이름이 ‘야간비행’인 걸 두고(선생의 칼럼란은 '불나비처럼'이다) 하신 우스개였다.

그러나 나는 선생의 그 우스개에서 뜻을 찾게 되었다. 나는 내 글이나 활동이 ‘야간’에 치우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나는 진보주의자들의 ‘자족성’에 늘 비판적이었는데, 야간에 치우친 비행 역시 자족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 후 나는 그 문제를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다.

김진균 선생을 존경한 사람은 참 많다. 그 존경이 다 같지는 않겠지만, 한 가지만은 분명하다. 존경은 괜스레 생기는 게 아니다. 고개 숙여 선생의 명복을 빈다..
2004/02/16 01:02 2004/02/16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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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김규향의 블로그

    Tracked from Sleepiness in Chapel Hill 2004/02/16 01:21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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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Subject: 김규항 - 낮비행

    Tracked from Desperado 2004/02/17 22:07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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