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1/12 10:30

사람을 죽이는 방법은 두 가지다. 몸을 죽이는 방법과 정신적으로 죽게 만드는 방법. 루머는 후자를 대표하는 방법이다. 말하자면 루머는 살인의 일종이며, 루머의 역사는 살인의 역사만큼 길다. 전통사회에서, 혹은 전통적으로 루머의 희생자는 대개 기성 사회의 권위를 거스른 사람들이었다. 남성의 권위에 도전한 여성, 파시즘의 권위에 도전한 예술가를 제거하기 위해 루머가 사용되었다. 남성의 권위에 도전한 여성을 ‘사생활이 문란한 여성’으로, 파시즘의 권위에 도전한 예술가는 ‘사회를 위협하는 빨갱이’로 만들면 매우 용이하게 죽일 수 있었으며, 죽이지 않고도 죽일 수 있었던 것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루머의 희생자를 떠올려 보자. 그의 이름은 막달라 마리아다. 흔히 사람들은 막달라 마리아를 창녀라 일컫는다. 그러나 성서나 역사서 어디에도 그가 창녀라는 흔적은 없다. 곡절은 이렇다.
예수의 12제자는 모두 남자들이지만 그건 공식적인 차원의 명단일 뿐, 예수의 제자들 가운데는 여자들도 적지 않았다. 예수 당시의 이스라엘은 여성을 사람으로 여기지 않는 사회였다. 남성 제자들은 처음에 여자를 같은 사람으로 대하는 스승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조금씩 익숙해져갔을 것이다. 그러나 예수가 죽고 기독교가 가부장적 종교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여성제자들은 ‘자연스럽게’ 배제되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악의적으로 배제된 인물이 예수와 가장 가까웠고 예수 최후까지 함께 했으며 예수의 시신이 없어진 걸 발견한, 말하자면 제자로서의 ‘완벽한 정통성’을 가진 막달라 마리아다. 남성 제자들은 ‘마리아는 창녀’라는 루머로 간단하게 그를 ‘2천년 동안’ 제거한다.
루머의 소재와 내용은 그 사회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며 계속 변화한다. 파시즘에서도 벗어나고 가부장적 권위를 비롯한 이런저런 기성의 권위도 빠르게 해체되어가는 오늘 세상에서 루머라는 살인극의 주요한 대상은 대중의 주목으로 명예와 부를 획득하는 사람들, 즉 대중문화의 스타들이다. 대중은 스타를 먹여 살리지만 동시에 스타의 밥줄을 끊고 죽이기도 한다. 스타에 대한 대중의 열광은 살의이기도 한 것이다. 한국처럼 인터넷 공간이 지나치게 과열된, 온 나라 사람들이 전날 밤 인터넷에서 생산된 쓰레기 같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괴상한 사회에서 그 이중성은 더욱 극단적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대중과 스타 사이에 벌어지는 이 기괴한 살인극 역시 기성의 권위, 즉 기성의 이해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오늘 세상에서 대중이라 불리는 사람들의 삶이란 무엇인가? 제 노동의 수고에 정당한 대가를 돌려받지 못하며, 그렇다고 노동을 통해 충분한 자아실현을 하는 것도 아니며, 늘 같은 고단한 일상을 지속하지만 아무런 꿈도 꿀 수 없는 삶, 이다. 그런 삶에서 끊임없이 스트레스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그 스트레스의 향방에 따라 그 사회의 향방이 결정된다.
그 스트레스가 분노로 발전하여 대중의 노동과 수고 덕에 영화로운 삶을 지속하는 소수의 사람들(이른바 ‘지배세력’)을 향해 폭발하는 순간을 우리는 혁명이라 부른다. 그 소수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영화로운 삶을 지속하기 위해선 대중들의 스트레스를 어떻게 처리하는가가 관건인 셈이다. 대중문화는 그 스트레스를 처리하는 대표적인 배출구다. 그리고 그 배출구에서 대중문화의 스타들이 이따금씩 사체로 발견되는 건 그 배출구의 성능 향상에 그리 나쁘지 않다.
이쯤 되면,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만하다. “나는 그 살인극에 얼마나 참여했는가?” 우리는 최진실 씨를 죽음으로 몰고 간 루머를 만들어냈다는 한 여성에게 “살인자”라 욕을 퍼붓는다. 그러나 그 여성이 그 이야기를 혼자만 떠들고 다녔다면 최진실 씨가 무슨 그리 고통을 느꼈을까? 그 살인극을 완성한 건, 최진실 씨가 제 목숨보다 아끼던 두 아이마저 두고 가게 만든 건, 누군가로부터 그 이야기를 듣고 악의없는 얼굴로 다른 누군가에게 그 이야기를 전한 바로 우리다. 루머는 우리의 친절한 살인극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이슈검색어’는 이렇다. “바네스피살 유덕화주리첸 하늘웃기네 주지훈장윤주 디기리현역 신승훈유노윤호 손담비몸값 손숙조성민 유아인 최진실모친심경...” 새로운 살인의 냄새가 느껴지는가? (보그)

2008/11/12 10:30 2008/11/1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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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대중의 무방향성

    Tracked from miniw blog 2008/11/12 23:56  삭제

    처음 있는 일인것 같다. 김규항의 글에서 잘 수긍안가는 것. 그것도 부분적으로. 최진실을 자살로 몰고 간 루머에 대하여 김규항은, 사람을 정신적으로 죽이는 행위라 했다. 그 예로 실제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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