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7/02 13:14
장정일 씨가 불쑥 전화를 해선 대구의 자기 친구가 무슨 행사를 하는데 도와주었으면 좋겠다, 고 했는데 알고 보니 ‘제2회 마르크스주의학교’였다. 대구에서 마르크주의학교라.. 이채롭다고 다 존중할 건 없지만 이런 이채로움은 존중할만하다. 흔쾌히 다녀왔다. 장정일 씨의 ‘친구’는 시인 노태맹 씨였다. 그의 끝이 아린 시 한편.


붉은 꽃을 버리다

언젠가 나의 사랑도 끝날 것입니다.
아직 나는 당신이 누구신지 모르고
이름도 모르는 흰 꽃 꺾어 매일 당신에게로 윤회하는 푸른 강물도
저 도시 어디쯤에선가 이제 끝날 것입니다.
아시나요, 검은 느티나무 아래
우리 유리의 둥근 구슬 삼키며 온종일 죽음만 생각했었지요.
어쩌면 당신은 당신의 먼 기억에서
우리 슬픔으로 흘러넘치는 만들어진 강물소리 같은 것이어서
언젠가 끝날 내 사랑도 우리의 生도
당신에겐 섭섭지 않겠지요.
검은 느티나무 아래
유리의 둥근 구슬 삼킨 내 몸 붉은 이끼로 뒤덮이고
붉은 꽃으로 부서지고 부서진 뒤쯤에야
먼 강물소리 당신 사랑도 끝날 것인지요.
아직 나는 당신이 누구신지 모르고
당신은 내 사랑도 없이 먼 강물소리 건너
어찌 그리 잘도 가십니까.
2007/07/02 13:14 2007/07/02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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